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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경대 조정부 감독을 퇴임한 조희찬 감독(59·사진) 이야기다. 그는 지난 1983년 부경대의 전신인 부산수산대 조정부 창단 감독으로 부임, 지난달 말까지 무려 32년 동안 선수들을 조련해왔다.
그에게 담금질을 받은 선수들은 그동안 전국체육대회에서만 30개 이상 금메달을 따내고 각종 전국대회 100회 이상 우승이라는 기록으로 우리나라 조정의 역사를 새로 썼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 2개와 은 5개를 획득, 국제대회 메달 획득이라는 한국 조정계 숙원을 푼 주인공도 그의 애제자들이었다.
조 감독은 28일 "제가 잘 해서 그런 게 아니다"며 "국립대학의 빠듯한 예산사정에서 주위 도움이 없었다면 조정부 운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경대 조정부 창단 주역인 지삼업 교수(해양스포츠학과)의 경우 출전을 앞둔 전날 숙소에 찾아와 선수들에게 통닭을 1마리씩 사주고 우승하면 격려금까지 주면서 물심양면 애정을 쏟았다고 한다. 지 교수는 선수 체력을 위해 소머리 고는 일에도 동참했다. 소머리를 대준 사람은 유동운 교수(경제학부)였다. 장비와 훈련비 등을 지원해준 부산시도 큰 울타리였다. 이처럼 많은 후원자들의 마음이 금메달에 들어있다는 것이다.
조정은 고강도의 힘과 집중력으로 노를 저어 2000m까지 가야 하는 스피드 경기여서 선수 협동심이 무엇보다 중요한 경기다. 조 감독의 훈련 비결은 무얼까.
그는 "만일 선수 한 명이 꾀를 부리면서 힘을 빼면 그 부하가 다른 선수들에게 미쳐 1500m 쯤에서 모두 지쳐버린다"며 "감독으로서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의 고민을 파악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고 선수가 자신의 힘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심어주는 역할에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이처럼 선수 개인의 건강은 물론, 가정사까지 꼼꼼하게 챙기며 '형 같고, 아버지 같은' 조 감독 지도를 받은 선수만 그동안 100여명. 국가대표 선수만 40여명이 탄생했다. 현재 조정 국가대표 감독인 윤용호씨를 비롯해 오늘날 한국 조정을 이끄는 전국 지도자만 12명에 달한다.
조 감독은 최근 부산서 경남 남해로 이사를 했다. 조용하고 풍광 좋은 곳에서 투병 중인 아내를 돌보기 위해서다. 그는 "그동안 너무 일에만 매달려 가정을 잘 돌보지 못했다"며 "조정인으로서 평생을 선수들과 함께 하면서 우승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고 털어놨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