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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정오께 서울 여의도 일대 사무실에서 쏟아져 나온 직장인들이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버려 일대가 꽁초로 뒤덮였다. |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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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정오께 서울 여의도 일대 사무실에서 쏟아져 나온 직장인들이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버려 배수로가 엉망이다. | \n
직장인들이 많이 몰린 서울 여의도에서 도로에 하얗게 깔린 '버려진 양심' 담배꽁초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지난 17일 오전 11시30분께 여의도 한진해운과 금융투자교육원을 사이에 둔 도로는 흡연자들이 마구 버린 담배꽁초와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사무실이 밀집된 지역은 심각하다. 일부 건물주는 건물 앞 흡연을 강제로 막거나 따로 휴지통을 설치해보지만 역부족이다.
■직장인들의 버려진 양심 '꽁초바다'
증권가와 사무실이 밀집한 여의도 특성상 평일에는 직장인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이른바 '너구리굴'로 모이는 곳이 있다. 이날 점심을 먹기 위해 나온 비흡연 직장인들은 한진해운 옆길을 지나야 푸드코트가 마련된 IFC몰 등으로 갈 수 있어 담배연기를 피해 걷느라 애를 먹었다. 흡연자 가운데 꽁초를 가져가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직장인 김모씨(31)는 "임산부도 있을텐데 행인이 많은 길에서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피는 흡연자를 이해할 수가 없다"며 "피고 난 꽁초에서 악취가 더 심하다는 것을 본인들도 알면서 버리다니..."라고 혀를 찼다.
이날 거리 일대는 정오가 되기도 전에 하얗게 깔린 담배꽁초로 '꽁초 바다'를 이뤘다. 지하도로 내려가는 시설물 주변에는 커피숍에서 마시고 남은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와 음료수 캔·병이 일렬로 버려져 있었다.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고 꽁초와 함께 거리에 두고 가 점심시간이 끝난 무렵인 오후 1시께는 쓰레기와 꽁초로 일대는 엉망이었다. 버리고 간 담배꽁초는 배수로 일부를 막을 정도였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일대도 대로변을 중심으로 금연거리를 조성했으나 갈 곳을 잃은 흡연자들이 뒷골목에서 피우고 버린 담배꽁초로 뒤덮였다. 강남역 일대 학원가와 사무실에서 쏟아져 나온 흡연자들은 상당수가 꽁초를 길거리에 버렸다.
이날 담배를 피던 한 A씨(34)는 "실내흡연을 금지하는 금연건물과 금연거리 지정이 늘면서 담배 필 자리를 잃은 흡연자들이 거리로 내몰린 셈"이라며 "어쩔 수 없이 골목이나 건물 사잇길에서 담배를 피는데 꽁초를 마땅히 버릴 곳이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일본의 경우 거리, 또는 지하철역 인근 후미진 곳에 따로 재떨이 휴지통을 설치해 흡연자 권리도 보호하는데 한국은 '금연정책'만 내세우다 보니 흡연자들의 볼썽 사나운 모습만 드러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떨이용 휴지통 설치하면 '흡연 장려하나'
직장인들이 점심시간 쏟아져 나오는 서울시청 일대는 담배꽁초를 버릴 수 있는 재떨이 용도의 쓰레기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 거리 미관은 한결 정돈된 모습이다. 그러나 일대를 관리하던 한 관계자는 "흡연자들이 재떨이용 휴지통에 빈 컵용기를 두고 가거나 쓰레기를 버려 계속 주의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길거리 흡연 제재가 강화되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뒤떨어진 시민의식을 여과없이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직장인 장모씨(31)는 "남산골 한옥마을은 무료여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데 일대 직장인들이 편의점 인근 거리에서 담배를 태우고 아무데나 버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올해 초 25개 구청에 재떨이 용도의 쓰레기통을 추가로 설치할 의향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으나 2개 구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흡연자들이 많이 몰리는 지역이나 민원이 들어오는 곳에는 구청직원이 단속을 나선다"며 "그러나 재떨이 용도의 휴지통을 설치하면 '구청이 흡연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와 현재로서는 고려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담배꽁초 등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